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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교 생존기

미국 공립 고등학교 VS 사립 고등학교 (2)

미국 공립 고등학교의 약 970억짜리 체육관

오늘은 1편에 이어 미국의 공립 고등학교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전편을 놓치셨다면 보고 오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로 지역, 학교, 학생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공립 고등학교

장점

1. 누구에게나 있는 자리

공립 고등학교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한 학년에 1000명, 전교생이 4000명이나 되는 큰 학교입니다. 이렇게 학생 수가 많은 학교의 장점은 바로 다양한 기회 제공입니다. 저희 학교는 동아리 개수만 100개가 넘어가기 때문에 어떤 관심사를 가졌더라도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과 모여 활동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관심사를 가졌더라도 학생 수가 많아서 비슷한 친구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시리얼을 좋아해서 시리얼 동아리를 만든 친구가 있는데 꽤 많은 학생들이 동아리를 가입했답니다. 이렇듯 누구든지 학교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소속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작은 사립학교에 비해 리더십 포지션 같은 걸 얻거나 스포츠 팀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만, 스포츠 팀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리더십 포지션을 얻지 못하더라도 학생 수가 많아서 제공하는 다른 팀들이나 동아리가 많아 다른 걸 시도하거나 다른 곳에서 리더십 포지션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친구 관계

학생 수가 많은 만큼 처음에는 친구 사귀기 힘들어 보일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느낀답니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팀이나 동아리에서 학생들이 친구를 찾는데, 그래서 관심사가 비슷하고 공통점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더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답니다. 작은 사립 고등학교들은 스포츠팀에 소속되어 있어도 이미 친구 그룹이 있어 별로 서로 안 친한 경우가 많은데, 큰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스포츠팀에 소속되면 어렵게 tryout을 통과하기도 했고 공통사가 있으니 팀 안에서 친구 그룹을 만드려고 합니다. 그래서 팀끼리도 행사를 많이 진행하고 집에 팀 전체를 초대해서 놀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 동아리나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려 노력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긴 만큼 좋은 친구 관계는 큰 장점입니다.

 

3. 시설 및 학비

공립 고등학교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바로 공짜라는 겁니다. 부담스러운 학비 걱정 없이 특히 좋은 지역에 위치한 공립 고등학교라면 사립 부럽지 않은 시설과 교육의 질을 제공합니다. 물론 공립 고등학교의 질은 정말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지역에 따라 교육의 질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9학년 때 사립 고등학교를 갔던 이유도 공립 고등학교가 좋은 교육을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공립 고등학교는 지역 세금으로 운영되어서 좋은 공립은 새 건물에 좋은 선생님들이 높은 월급을 받으며 오래 있지만 세금이 많이 걷히지 않는 지역의 공립은 선생님의 질과 시설이 많이 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지 않은 공립은 학교 분위기도 살벌합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좋은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요, 시설이 사립보다 훨씬 좋고 선생님의 질도 굉장히 높다고 느낀답니다. 이번에 $75 million (한화 약 970억)을 학교에서 들여서 새 체육관을 지을 정도로 학교에 많은 돈이 투자됩니다. 돈이 많다 보니 다양한 프로그램이 잘 서포트되고 학생들의 미래에 많이 투자됩니다.

 

4. 졸업생 네트워크

공립 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많다 보니 성공하는 졸업생도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다니는 공립 고등학교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보니 졸업생들이 다시 선생님으로 돌아와서 가르치거나 아이를 자신의 모교로 보냅니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졸업생들이 많은데요, 이는 인맥이 중요한 미국에서 굉장한 장점입니다. 모교에 대한 애정은 현재 다니는 고등학생을 모르더라도 도와주는 인맥으로 이어지고 나중에 사회에서도 서로 취업을 도와주거나 이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희 학교에는 팀닥터가 계신데 저희 학교를 옛날에 졸업하시고 정형외과 의사가 되신 후 모교에 대한 애정 하나로 돌아와서 틈틈이 일하신답니다. 이렇듯 공립 고등학교는 지역의 자랑 존재이고 동네 사람들의 모교에 대한 애정이 함께 많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요소가 됩니다. 

단점

1. 자기 주도성

학생들이 많다 보니 선생님이나 카운슬러들이 학생들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학교가 제공해 주는 많은 프로그램의 장점을 취하고 싶다면 스스로 기회를 알아보고 도전해야 합니다. 동아리도 100개를 둘러보고 스스로에게 맞는 동아리에 들어가고 스포츠도 열심히 연습해서 tryout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제 이야기로 예를 들자면 작은 사립학교를 다닐 때에는 제 농구 실력을 보시고 선생님이 농구팀을 추천해 주셔서 들어갔지만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스스로 pre-season 훈련에 참석하고 tryout 해서 들어갔답니다. 이런 자기 주도성은 어떤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조금 더 세세한 관리가 필요한 수동적인 학생이라면 관리를 잘해주는 작은 사립 고등학교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조금 더 알아보고 노력할 마음이 있다면 장점 1번에서 말했던 것처럼 학교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2. 경쟁  

어느 곳에나 경쟁은 존재하지만 학생 수가 많은 공립 고등학교는 경쟁이 더 치열합니다. 수학에 특출 난 학생들도 널렸고 예체능에 뛰어난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리더십 포지션을 얻거나 스포츠팀에 들어가는 게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더 인정받고 대학 입시에서도 유리해진답니다. 이런 치열한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모든 학생은 자신이 빛나는 부분이 있기에 남과 비교하다 포기하기보단 자신의 장점을 잘 찾아서 더 빛내면 됩니다. 친구가 AP 수업을 8개 듣는다고 해서 따라 하기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수강하고 고등학교 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잘 보셨나요? 미국 공립과 사립 고등학교는 각각 꽤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자신의 경제적 상황, 학생의 성향, 지역을 고려하여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제가 지금까지 말한 장단점은 제 경험에 기반했기 때문에 사립 고등학교는 작은 사립 고등학교였다는 것, 공립 고등학교는 좋은 지역에 위치한 학생 수가 많은 큰 공립 고등학교였다는 점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재밌고 유익하셨던 시간이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